전라남도 고흥군 금산면 신촌리에 속한 거금도는 이름 그대로 ‘거대한 금맥’이 떠오르는 섬이지만, 실상은 황금보다 귀한 자연 풍경이 여행자를 맞이하는 곳입니다. 소록도 바로 아래에 자리해 지도로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2011년에 개통된 거금대교를 통해 육지와 곧장 연결되면서 조용한 인기를 얻고 있는 남해의 보석 같은 섬입니다. 섬의 윤곽이 낙타를 닮았다 하여 ‘낙타 모양의 섬’으로도 불리며, 드라이브와 트레킹, 한적한 해변 휴식을 한 번에 누릴 수 있는 목적지입니다.
1.일주도로 드라이브 포인트입니다
거금도는 고흥반도 도양읍에서 남쪽으로 약 2km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차량으로는 고흥 녹동항을 지나 거금대교를 건너면 섬의 관문에 닿을 수 있습니다. 길이 약 2,028m에 이르는 거금대교는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인상적인 선형으로, 도로 위에서 남해의 수평선과 섬 능선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드라이브 명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섬 안쪽으로는 해안을 따라 순환하는 일주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초행자라도 부담 없이 섬을 한 바퀴 둘러볼 수 있습니다.
거금도의 일주도로는 해안선을 따라 부드럽게 굽이치며 이어집니다. 코너를 돌 때마다 시야가 열리고, 갯바위와 모래사장, 낮은 구릉과 어촌 마을 풍경이 번갈아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곳곳에 차를 잠시 세울 수 있는 작은 전망 포인트가 조성되어 있어 속도를 늦추고 바다 바람을 느끼며 풍광을 감상하기 좋습니다. 특히 거금휴게소는 섬 일주의 출발점 겸 중간 쉼터로 기능하며, 화장실과 간단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휴식과 동선 점검에 유용합니다. 휴게소 인근은 거금도둘레길의 시작점이기도 하여, 드라이브와 도보 탐방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습니다.
2. 걷기 좋은 거금도 둘레길입니다
거금도둘레길은 섬을 감싸듯 설계된 도보 트레일로, 총 7개 코스에 약 42.2km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해안 숲길, 포구를 잇는 마을길, 낮은 구릉을 넘는 능선길이 적절히 섞여 있어 초보자부터 트레킹 애호가까지 넓게 수용합니다. 해안 구간에서는 검푸른 바다와 기암, 해식애 지형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고, 숲 구간에서는 동백과 해송이 만들어내는 그늘을 따라 한적한 산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코스가 비교적 명확하고 안내 표식이 잘 되어 있는 편이라, 휴게소에서 코스 맵을 확인한 뒤 왕복이 아닌 구간 산행으로 계획하면 동선 효율이 높아집니다.
적대봉 아웃도어 하이라이트입니다
거금도의 최고봉인 적대봉은 해발 약 400m 안팎의 산세를 이룹니다. 고도 자체는 높지 않지만 바다를 내려다보는 조망이 뛰어나 가벼운 산행 코스로 인기가 많습니다. 초입은 완만한 숲길로 시작해 구릉성 능선을 타고 오르면, 봉우리 직전부터 섬의 윤곽과 주변 해역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맑은 날에는 주변 섬자락과 남해의 물결, 들쑥날쑥한 해안선이 한눈에 들어와 사진 촬영 포인트로 손색이 없습니다. 능선에는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이 많으므로 얇은 바람막이를 준비하면 체감 온도를 조절하기 좋습니다.
익금해수욕장에서의 휴식입니다
산책 후 바다의 청량함을 만끽하고 싶다면 익금해수욕장이 제격입니다. 넓게 펼쳐진 사질 해안은 발걸음을 부드럽게 받아 주고, 양옆으로는 암석 해안과 해식애가 자리해 서로 다른 표정의 바다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습니다. 성수기를 벗어난 계절에도 한적함을 유지하는 편이라,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느긋한 시간을 보내기에 좋습니다. 썰물과 밀물의 차가 드러내는 갯벌과 여의 형태가 다양하므로, 조석 시간대를 확인해 방문하면 색다른 풍경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거금도는 입장료 없이 상시 개방된 섬입니다. 사계절 각기 다른 색의 바다와 하늘을 볼 수 있어 계절 구애 없이 일정 계획이 가능합니다. 차량 접근이 가능하지만, 성수기와 주말에는 주요 포인트 주변에 주차가 혼잡해질 수 있으므로 여유 있는 시간 배분이 권장됩니다. 섬 내에는 숙소와 소규모 식당이 분포해 있어 1박 이상의 체류형 여행으로 전환하기 좋으며, 해산물을 활용한 식사가 제철마다 메뉴 구성이 달라지는 점도 매력 포인트입니다.
뱃길 이용 안내와 주의 사항입니다
육로 대신 바다를 통해 들어오고자 한다면 고흥 녹동항에서 출발하는 선편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통상 오전 시간대부터 오후 이른 시간까지 왕복 운항하며, 소요 시간은 대략 30분에서 1시간 내외입니다. 다만 선박 운항은 계절과 기상, 해상 상황에 따라 변동이 잦으므로, 승선 전 최신 시간표 확인이 필수입니다. 성수기나 주말에는 탑승객이 집중되므로 사전 예약을 권장합니다. 해상 풍랑주의보 등 기상 특보가 발효될 경우 운항 자체가 중단될 수 있으니, 일정에 여유를 두고 대체 동선을 준비해 두면 안전합니다.
하루 일주 추천 루트입니다
- 거금대교 진입—거금휴게소 정차: 섬 안내 지도를 확인하고 둘레길 진입로와 전망 포인트를 체크합니다.
- 일주도로 남서 해안 드라이브: 작은 포구와 갯바위 지대에서 짧은 포토 스톱을 반복하며 이동합니다.
- 적대봉 가벼운 산행: 왕복 기준 2~3시간 내외로 잡고, 정상을 포함한 조망 지점에서 휴식합니다.
- 익금해수욕장 산책: 모래사장과 암석 해안을 함께 걸으며 파도 소리를 즐깁니다.
- 일몰 포인트 재방문: 오후 늦게 시야가 탁 트인 전망 포인트로 되돌아가 바다 위 일몰을 감상합니다.
거금도의 해안선은 동·서향 포인트가 공존하여 일출과 일몰 모두에 강점을 가집니다. 해변에서는 낮은 각도의 삼각대를 사용해 파도의 질감을 길게 표현하는 장노출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바람이 강한 날은 모래가 날리기 쉬우니 필터와 렌즈 보호 대책을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해안 절벽 주의: 해식애 가장자리에는 풍화가 진행된 부분이 있어 접근을 자제합니다.
- 조석표 확인: 갯바위 접근 시 밀물 전 회귀 시간을 확보합니다.
- 등산 기본 장비: 낮은 산이라도 접지력 좋은 신발과 바람막이를 준비합니다.
머물수록 보이는 섬의 리듬입니다
거금도의 매력은 ‘속도’를 늦출수록 선명해집니다. 낮에는 바다빛의 농도가 시간마다 바뀌고, 저녁이면 어촌 마을의 불빛이 바다에 잔물결처럼 번집니다. 아침 어시장의 소란스러움도, 오후 해변의 느긋함도, 밤바다의 고요함도 모두 여행의 결을 풍성하게 만듭니다. 차로 훑는 일주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둘레길의 한 구간이라도 실제로 걸어보면 섬의 ‘숨 결’—바람, 냄새, 질감—이 몸에 남습니다.
- 드라이브 애호가: 바다 위 교량과 해안 일주로의 시원한 조망을 찾는 분입니다.
- 트레킹 초심자: 과하지 않은 고도와 잘 정비된 길, 다양한 지형을 원하시는 분입니다.
- 조용한 휴식 지향: 북적임을 피해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입니다.
- 사진가: 일출·일몰, 해식애, 포구 풍경 등 소재가 풍부한 섬을 찾는 분입니다.
봄에는 해안의 야생화와 맑은 대기가 특징이라 원경 촬영에 유리합니다. 여름에는 짧은 스콜 이후 맑아지는 하늘과 강한 채도의 바다색이 인상적이며, 뜨거운 오후에는 숲 구간 둘레길로 동선을 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을에는 구릉 능선이 황금빛으로 물들고, 낮은 구름과 긴 그림자가 풍경에 깊이를 더합니다. 겨울에는 은은한 색감과 낮은 태양 고도 덕분에 종일 부드러운 빛을 활용할 수 있으며, 바람 방한 대비만 갖추면 고요한 섬의 본모습을 느끼기에 최적입니다.
당일치기라면 ‘교량 진입—휴게소—남서 해안—적대봉—익금해수욕장—일몰 포인트’ 순으로 동선을 구성하면 주요 포인트를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습니다. 1박 2일이라면 첫날 서쪽 해안과 산행을, 둘째 날에는 동쪽 해안과 어촌마을 산책, 포구 카페에서 여유 시간을 배치해 섬의 느린 리듬을 체감하는 구성을 추천합니다. 차량 이동과 도보 구간을 섞어 ‘멈춤—관찰—기록’의 템포를 유지하면 여행의 밀도가 높아집니다.
마무리
차창 너머 스치는 바다, 둘레길의 소리 없는 숲, 익금해변의 묵직한 파도, 적대봉 능선의 파노라마까지—섬은 서두르지 않는 이에게 한 장씩 풍경을 건넵니다. 소문난 명소 대신 자신만의 호흡으로 머무를 수 있는 남해의 조용한 쉼터를 찾고 있다면, 이번 주말 ‘낙타 섬’ 거금도에서 도시의 번잡함을 잠시 내려놓고, 바람과 빛이 바꾸어 놓는 시간을 만나보시길 권합니다. 거금도는 오늘도 변함없이, 그러나 매 순간 새롭게 여러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